히타치가 먼저 했다: 정년 후에도 '같은 월급' 받는 시대가 온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합니다. "정년 후에 다시 불러줘서 일하긴 하는데, 왜 갑자기 월급은 반 토막이 되는 거지?"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져 온 이 관행에 히타치가 처음으로 칼을 댔습니다.
이걸 아직도 모르셨다면, 오늘이 일 잘하는 시니어 세대의 권리가 바뀌는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는 날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변화는 일본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히타치가 발견한 '보물': 고령 인재를 제대로 쓰는 법
2026년 5월, 일본 대표 제조기업 히타치(日立製作所)가 업계를 깜짝 놀라게 하는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정년(60세) 이후 재고용되는 직원에게도 기존과 동일한 임금 수준을 적용하겠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일본 기업들의 관행은 이랬습니다. 정년이 되면 퇴직 처리를 한 뒤, 본인이 원하면 계약직으로 다시 채용합니다. 문제는 이 '재고용' 시점에 임금이 정년 직전 대비 40~50% 수준으로 뚝 떨어지는 경우가 허다했다는 겁니다. 같은 일, 같은 경험, 같은 사람인데 월급만 반토막. 납득하기 어렵죠.
히타치는 이 구조를 뒤집었습니다. 직무와 성과를 기준으로 임금을 책정하는 '직무급 체계'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나이나 고용 형태가 아니라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느냐"로 급여를 결정하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핵심 포인트 3가지: 이 정책이 특별한 이유
첫째,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의 실질적 실현입니다.
한국에서도 비정규직 차별 문제로 오래 논의돼 온 개념이지만, 정년 후 재고용자에게까지 이를 적용한 대기업 사례는 드뭅니다. 히타치는 단순히 선언에 그치지 않고, 임금 체계 자체를 '연공서열'에서 '직무·성과 중심'으로 전환함으로써 이 원칙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했습니다.
둘째, 숙련 인력 이탈 방지라는 현실적 이유가 있습니다.
일본은 이미 초고령 사회입니다.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숙련된 기술자와 베테랑 직원을 잃는 것이 기업에게 실질적 손실이 됩니다. 임금을 크게 깎아놓으면 능력 있는 시니어일수록 "이 회사보다 대우 좋은 곳으로 가겠다"며 이탈합니다. 히타치는 이 역설을 먼저 알아챈 것입니다.
셋째, 한국에도 곧 닥칠 현실입니다.
한국의 법정 정년은 만 60세이지만, 실제 은퇴 나이와 국민연금 수령 시작 나이 사이의 '공백 기간'은 점점 벌어지고 있습니다. 2025년 기준 연금 수령 개시 나이는 63세, 2033년이면 65세로 늦춰집니다. 정년 후 5년을 어떻게 버티느냐 — 이게 이제 수백만 명의 문제입니다. 히타치의 실험은 그 해답의 한 형태입니다.
일본의 정년 제도, 어떻게 돌아가나요?
일본은 고령자고용안정법에 따라 기업이 65세까지 고용을 확보할 의무가 있습니다. 방법은 세 가지입니다: ① 정년 연장, ② 정년 폐지, ③ 재고용 제도 도입. 대부분의 일본 대기업은 세 번째를 선택했습니다. "정년은 60세로 유지하되, 원하면 계약직으로 다시 써주겠다"는 방식이죠.
그런데 문제는 이 재고용 과정에서 임금 삭감이 관행처럼 굳어졌다는 겁니다. 일본 후생노동성 조사에 따르면 재고용자의 임금이 정년 전 대비 평균 60~70% 수준으로 떨어집니다. 동일한 업무를 하더라도 말이죠.
히타치의 이번 결정은 단순한 복지 개선이 아닙니다. 이 관행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낸 겁니다. 그리고 히타치 정도의 대기업이 움직이면, 일본 재계 전체에 파장이 생깁니다.
한국 직장인이 지금 이걸 알아야 하는 이유
한국은 일본보다 약 5~10년 늦게 같은 문제를 겪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출산, 고령화, 정년 연장 논의 — 전부 일본이 먼저 겪고 있는 일입니다.
현재 한국에서도 정년 연장 또는 계속고용제도 도입에 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합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는 정년 64세 또는 65세 연장안이 거론되고 있고, 일부 대기업은 자체적으로 재고용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핵심은 '몇 살까지 일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조건으로 일하느냐'입니다. 히타치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정년 후 재취업이 '눈칫밥 먹으며 반값에 일하는 것'이 아니라, 실력에 맞게 대우받는 구조로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입니다.
직장인이라면, 특히 40대 이상이라면, 이 변화의 방향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내 커리어의 마지막 챕터를 어떻게 설계할지 — 히타치가 먼저 보여주는 모델이 있습니다.
비슷한 흐름: 다른 기업들은 어떻게 움직이나
히타치만 이런 시도를 하는 건 아닙니다. 일본 내에서도 몇 가지 유사한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도요타는 정년 연장과 재고용을 병행하면서 시니어 직원의 역할을 '멘토'나 '기술 전수자'로 재정의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임금 구조보다는 역할 재설계에 초점을 맞췄죠.
후지쓰는 직무급 체계 전환을 먼저 시도한 편이지만, 재고용자에 대한 동일 임금 원칙까지 완전히 적용하지는 않았습니다.
히타치가 차별화되는 지점은 '정년 후 재고용 = 임금 삭감'이라는 공식을 공식적으로 깬 첫 번째 대형 사례라는 점입니다. 이 상징성이 큽니다.
한국에서는 삼성, LG, SK 등 주요 대기업들이 재고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임금 수준은 여전히 대부분 삭감된 형태입니다. 히타치 모델이 확산된다면, 한국 기업들에도 압력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정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오늘 히타치 뉴스에서 얻어야 할 진짜 인사이트는 이것입니다.
"나이가 든다고 가치가 줄어드는 게 아니다."
히타치는 시스템을 바꿔서 이 명제를 증명하려 합니다. 재고용자에게 동일 임금을 주는 것은 비용 증가가 아니라, 오히려 숙련 인재를 붙잡아 두는 전략적 투자입니다. 그리고 그 혜택은 기업만이 아니라 일하는 시니어 세대 모두에게 돌아갑니다.
아직은 일본의 한 기업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5년 후, 10년 후 한국 노동시장을 예측하는 데 있어 이 흐름은 중요한 단서입니다. 지금 알아두는 것이 손해 볼 일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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